며칠 전 협동조합기본법 시행령안이 입법예고 되었다. 6월 15일까지 의견을 수렴한다고 하니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필요가 있겠다. 이번 시행령을 둘러싸고 민간 진영의 가장 큰 관심은 세 가지 쟁점에 쏠려 있다.
첫 번째는 ‘소액대출과 상호부조’의 범위를 어디까지 하느냐이다. 현재 입법예고안에는 소액대출에 대해 100만 원을 한도로 하고 있는데, 공제협동조합에서 통용되는 입금된 금액의 70~90%까지 대출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두 번째는 임직원 겸직금지의 예외조항이다. 소비자와 생산자 혹은 직원이 공동으로 조합원이 되는 다중이해관계자협동조합 혹은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직원의 임원 비율을 3분의 1까지 허용해 달라는 주장이다.
세 번째는 조합원이 아닌 자의 이용에 대한 예외조항이다. 협동조합유형별로 ‘사업이용’의 정의를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즉 소비자협동조합의 사업을 이용하는 것은 조합원이 조합의 물품을 사는 것이지만, 노동자협동조합과 생산자(사업자)협동조합의 물건을 일반 고객이 사는 것은 사업이용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입법예고안에는 이런 관점이 혼재되어 있어 불필요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시행령은 이 외에도 사회적협동조합의 인가권을 중앙부처에 위탁할 것인가 아닌가의 쟁점과 독점규제의 예외에 대한 조항 등 중요한 쟁점을 많이 담고 있다. 협동조합을 만들려는 의지가 있는 분들이나 기존의 운동가,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이 제시되기 바란다.
협동조합 제도의 정비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협동조합이 다른 영리기업에 비해 불이익을 받지 않고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개선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사업의 인허가를 둘러싼 법인격이 제한이 있을 경우 협동조합이 여기에 포함되도록 만들어야 하는 법이나 정책 등의 개정이다.
협동조합기본법은 법인격을 부여하는 법이라서 기존의 개별법과 달리 인가를 받으면 관련 사업을 자동으로 허가받는 구조가 아니다. 주택협동조합을 하려면 주택법을, 운수 관련 협동조합을 하려면 운수법에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는 것에 저촉사항이나 제한사항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런 사업별로 구체적인 문제는 아무래도 직접 그 사업에 관심이 있는 지도자나 전문가들이 확인할 수밖에 없다.
영리기업이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받고 있는 각종 지원에서 협동조합이 배제되는 것도 문제다. 중소기업법에 제시된 중소기업에 대한 정의에서 협동조합이 포함되지 않으면 중소기업육성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런 다양한 정책과 법제도에 어떤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 협동조합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지도 확인해야 한다. 협동조합인 모두가 함께 찾아 나가고 가급적 빠르게 고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는 지난 4월, 6회에 걸친 연속간담회를 통해 협동조합 유형에 따른 쟁점의 정리, 시행령의 중요 쟁점에 대한 협동조합 민간진영의 의견을 수렴하였다. 연속간담회를 통해 여러 쟁점들과 추가 연구과제를 환기시키고 시행령에 대한 민간의견을 정비하는데 기여했다고 감히 판단한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더욱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각각의 사업별로 협동조합을 활성화하기 위한 민간진영의 준비와 함께 제도에 대해서도 더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특히 협동조합이 절실히 필요하며 그동안 확산되어 있던 돌봄과 환경, 재활용 사업 등 자활공동체의 핵심 사업들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마을을 사업범위로 하는 마을기업이나 마을공동체기업 등도 사업적 측면에서 제도개선이 필요하지 않은지 깊게 바라봐야 한다.
주춧돌을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탄탄하게 놓는가에 따라 천년을 가는 집을 지을 수도 있고, 비바람에 금방 허물어져 버리는 집을 지을 수도 있다. 협동조합기본법의 실행이 이제 반년 앞으로 다가왔다. 조금만 더 힘을 내고 지혜를 모아 주춧돌을 제대로 놓도록 하자.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 김기태
2012. 5.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