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법시대 새로운 협동조합설립에 대한 논의가 여기저기서 활발하다. 2011년 말 전격적인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으로 협동조합진영은 특별법시대의 제약과 통제에서 벗어나 5명 이상의 뜻을 같이하는 사람만 찾으면 원하는 협동조합을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기본법이 발효되는 연말이면 2만~4만여개의 다양한 협동조합이 등록을 할 것이란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논의의 대부분은 소비자협동조합과 도시소비자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역운동차원에서 새로운 협동조합을 말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농업과 농민중심의 새로운 협동조합 설립을 말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기본법이 농업과 농민에 대해서 갖는 의미가 무엇이고, 기존 농협과는 어떤 관계가 있으며, 농협 말고 새로운 협동조합은 어떻게 가능한지, 정말로 농협에 대한 새로운 대안의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한지를 따져보는 논의는 아직까지 농업계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고 있다.

농협 아닌 새로운 협동조합 가능

최근 농촌을 다니면서 만난 대부분의 농업인들은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됐다는 사실도, 기본법에 따라 새로운 협동조합의 설립이 가능해졌다는 사실도 잘 모르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안다 하더라도 지난 50년을 함께 살아온 농업협동조합(농협)말고 또 다른 협동조합이 있는지, 있을 수 있는지, 기본법에 의한 새로운 협동조합이란 어떠한 협동조합을 말하고,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만들어도 되는 것인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전문가도 농민단체도 없으니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기본법은 특별법에 의해 설립 운영되고 있는 농협(농업협동조합)의 모든 기득권을 인정하고 농협이란 이름의 배타적 독점적 사용을 보장하고 있다. 다른 어떤 새로운 협동조합도 농협이란 이름은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농업과 농민을 위한 새로운 협동조합의 설립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니다. 농협이란 이름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품목별로 기능(생산, 가공, 유통, 판매, 수출 등)에 따라 다양한 새로운 농민생산자협동조합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쌀생산자협동조합, 우리밀협동조합, 감귤마케팅협동조합, 유기콩생산가공협동조합, 또는 축종별로 한우, 양돈, 양계, 육계생산가공판매협동조합 등을 생각이 같고 뜻이 맞는 사람만 있으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기본법에 의해 설립된 새로운 협동조합은 법체계상 기본법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농협과 같이 특별법에 의한 각종 특혜와 농림수산식품부의 정책적 지원을 당장 받기는  불가능하다. 이 문제는 앞으로 농식품부와 기획재정부간 협의 풀어가야 할 정책적 과제이다. 

농민 스스로 설립 필요성 느껴야

그러나 문제는 기본법시대가 열렸다고는 하나 농업인 스스로가 농협을 대신할 새로운 협동조합 설립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새로운 협동조합을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고 있다면 이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농업계가 나서 바람직한 농민생산자협동조합의 새 모델을 농업인에게 제시하고 농업인을 도와 이를 조직하는 일은 어쩌면 농협개혁을 외치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는 농업협동조합에도 경쟁시대를 여는 협동조합 새판 짜기에 농업계가 본격으로 나서야 한다. 

기본법시대의 농업-농민을 위한 새로운 협동조합은 자발적으로 모인 농업인에 의한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조합이 돼야 한다. 다시 말하면 협동조합의 원칙과 가치를 존중하고 실천하는 그야말로 조합원에 의한 조합원을 위한 조합원의 진정한 협동조합이어야 한다. 그러나 협동조합은 운동이면서 사업이고 경영이다. 따라서 협동조합의 설립(소유)과 전문인에 의한 경영은 처음부터 분리 추진돼야 한다. 그리고 기능적으로는 덴마크 등 서구농업협동조합이 보여준 신세대농업협동조합을 모델로 생산과 가공과 유통판매를 통합 경영하는 것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품목별로 생산자협동조합이 별도의 가공판매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자신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식품가공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갑과 을의 계약관계를 넘어 원료농산물의 안정적 공급을 장기적으로 책임지는 대신 회사주식의 일정 지분을 인수하는 동업자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가공판매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정부문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래서 ‘생산은 농민이, 판매는 협동조합이’라는 원칙을 실천하는 한국적 생산자협동조합의 새 모델을 농업인에게 보여줘야 한다. 

‘진짜 농협’ 새모델 보게 되기를

농업인에게 새 협동조합을 만드는 일은 당장은 매우 생소하고 도전적인 과제다. 그러나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란 말처럼 농민조합원을 위한 판매농협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진짜 농협’의 새 모델을 농업인들이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 준다면 새 협동조합 설립은 놀라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농업현장에서 농업인과 함께 새 협동조합을 조직하고 협동조합경영을 담담할 역량 있는 협동조합 활동가가 과연 얼마나 있느냐이다. 농민생산자협동조합에 대한 연구와 함께 협동조합 활동가 양성을 위한 교육훈련이 시급한 것은 그 때문이다.


최양부 iCOOP유기식품클러스터 추진위원장
2012/04/13 15:17 2012/04/1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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