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협중앙회 계통구매에 참여한 화학비료 제조업체들이 16년 동안 물량 및 투찰가격을 담합해온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일부 농민단체들이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상토와 농업용 필름에 이어 올해 화학비료가 가격담합 혐의로 공정위에 적발됐으며, 현재 농약과 농기계의 가격담합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농협이 계통구매를 실시하고 있는 대부분의 농자재에서 가격담합 등 부정행위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농협 계통구매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불공정거래 시비의 원인은 무엇인지 추적해보고 개선방안을 모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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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통구매 부작용

농협중앙회는 대다수의 농자재에 대해 일종의 공동구매 사업인 계통구매를 실시하고 있다. 계통구매를 통해 지역회원 조합들의 농자재 수요를 취합하고, 농자재업체와의 가격협상력을 높여 농자재를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취지다. 이같은 계통구매 사업은 취급 농자재 가격상승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억제력을 보이며 꾸준히 시장지배력을 키워왔다. 실제 농협 계통구매 취급액은 2007년 2조5647억원에서 2011년 4조8151억원으로 크게 늘었으며, 2011년도 주요 품목별 계통공급실적은 △화학비료 4524억원 △농약 5250억원 △농기계 1990억원 △농업용 필름 1357억원 △상토 913억원 등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농협중앙회의 취급수수료(1~2%) 수익만 따져도 196억원에 이를 만큼 현재 계통구매 사업은 농자재 유통사업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농자재 판매의 계통구매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가격담합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공정위로부터 적발된 농자재업체는 농약(2010년), 상토(2011), 농업용 필름(2006년, 2011년), 비료(2007년, 2012년) 등이며, 현재 농약과 농기계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농자재 판매 의존도 심화
가격담합 등 문제 속출
가격인상 억제 순기능 불구
농민-업체-농협 불신 고조


주목할 만한 부분은 공정위에 적발된 모든 농자재업체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으며, 가격담합 행위로 부당하게 취득한 이득이 많지 않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이들 업체들은 공정위가 농협 계통구매 등 농자재산업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반기를 들고 있으며, 실제 지난해 가격담합 혐의로 적발된 농업용 필름과 상토업체들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부당함을 호소하며 항소를 진행하고 있다.

농협 계통구매는 분명 농자재 가격인상을 억제하며 그 순기능을 다하고 있지만 공정위의 계속된 불공정 행위 적발로 인해 농민과 농자재업체, 농협 등이 서로를 불신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계통구매사업의 개선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수료·추가장려금 문제

농협중앙회 계통구매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가 수수료와 추가장려금이다.

농협중앙회에선 원가조사 등을 통해 농자재에 대한 계통단가를 결정해 취급수수료와 판매장려금을 받고 있다. 문제는 농협중앙회가 취급수수료와 판매장려금은 계속해서 가져가면서 업체들에게만 농자재 가격 할인을 강요한다는 점이다. 특히 농협중앙회는 계통단가를 결정할 때 취급수수료 등의 비용이 농자재 원가 인상요인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협중앙회는 계통단가를 낮추기 위해 업체들에게 가격인하를 요구하면서 자신들이 받는 수수료를 낮추려는 시도는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농협이 계통구매사업을 농민 환원사업이 아닌 수익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단적으로 농기계의 경우 농협중앙회에서 수수료와 장려금을 과도하게 요구해 계통구매가 결렬된 바 있고, 유기질비료는 정부 보조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장려금을 받다 비난여론이 일자 이를 그만두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취급수수료는 계통구매 공급 및 관리에 따른 인건비와 기타 경비 등에 사용되고, 판매장려금은 조합과 농업인들을 위한 지원사업의 재원으로 활용된다”고 해명했다.

업체에만 가격인하 요구
취급 수수료 과다 책정
중소기업  수익구조 악화
추가장려금 관리 허술 심각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이같은 수수료는 지역조합과의 추가 계약과정에서도 그대로 발생해 업체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농협중앙회의 계통구매사업은 수탁방식 위주로 회원농협과 생산업체간 거래를 단순히 중계하는 단가계약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지역조합별로 물량에 따라 추가계약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추가수수료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농업용 필름의 경우 농협중앙회에 1.2%의 취급수수료와 0.8% 판매촉진비를 지불하고, 연합구매를 실시하는 지역조합에는 약 1%의 주관조합 수수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용 필름업계 관계자는 “납품과정에서 지역조합의 역할은 거의 없는데 수수료는 많이 가져가려 한다”며 “이는 중소기업들의 수익구조를 악화시키고, 결국 모든 비용은 제품원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어 농민들이 부담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추가장려금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역조합은 농민들에게 농자재를 보다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단위농협의 물량을 모아 연합구매 등을 실시하는데 이때 추가장려금에 대한 계약이 이뤄진다. 물량에 따라 추가장려금을 더 받아 저렴하게 농자재를 공급하는 취지다. 하지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만드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논산지역에서 발생한 계통구매 향응접대 의혹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역조합에서 추가장려금을 20% 이상 과도하게 요구하면서 업체들을 담합으로 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추가장려금이 너무 과도하게 책정되면 업체들이 이를 일정수준으로 제한하자는 논의를 하게 되고, 이를 공정위가 적발하면서 과징금 부과라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농자재 할인에 사용돼야 하는 추가장려금이 온전히 농자재 할인비용으로 사용되는지 알 길이 없을 정도로 추가장려금에 대한 관리가 허술한 실정이다. 일부에선 추가장려금 중 일부가 지역조합의 수익으로 처리된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한다.

#비료담합 통해 본 계통구매

공정위는 1995년부터 2010년까지 농협중앙회 및 엽연초생산협동조합중앙회가 발주한 화학비료 입찰에서 사전에 물량 및 투찰가격을 담합한 13개 업체를 적발했다. 유례를 찾기 힘든 장기간의 담합으로 과징금만 828억2300만원에 달한다.

현재 농협은 화학비료 계통구매사업에서 희망수량경쟁입찰을 실시하고 있다. 희망수량경쟁입찰이란 예정가격을 초과하지 않는 단가의 입찰자 중 최저가로 입찰한 입찰자부터 순차로 수요물량에 도달할 때까지 입찰자를 낙찰자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농협은 매년 회계법인에 의뢰해 입찰 예정가격을 결정한 후 경쟁입찰을 통해 예정가격 이하 최저가 업체부터 순차적으로 낙찰을 시키고 있다.

판매 자유화 이후 경영난
연중 공장가동 위해
업체간 물량 협의 공공연
중앙회 모르쇠 도마위


이 가운데 비료업체들은 정부가 1962년부터 1987년까지 비료관리법을 근거로 수급계획을 수립, 생산규모와 시장점유율을 감안해 비료 회사별로 생산물량을 할당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1988년 비료판매 자유화조치 이후 친환경농업 확산으로 비료사용량이 줄면서 경영상에 애로를 겪고 있다게 비료업계의 주장이다.

실제 비료업계의 생산능력은 1990년부터 429억9000톤을 유지해왔지만 2010년 기준 생산량은 281억5000톤으로 가동률이 65%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연중 공장가동을 통해 고정비라도 회수하기 위해 업체 간 물량 담합행위가 불가피했다는 논리다. 말 그대로 관행적으로 물량 및 가격담합이 자행돼 온 셈인데, 오랫동안 비료업체들을 관리해온 농협중앙회가 이를 전혀 몰랐다는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욱이 농협 자회사인 남해화학에서 비료담합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농협의 신뢰도 역시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적발된 이후에도 농협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비료업체들은 실제 취한 폭리가 없다며 오히려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남해화학의 경우 16년의 담합기간 동안 7개년은 적자를 기록했으며 연평균 이익은 11억원에 불과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비료업계 관계자는 “농협에서 결정한 예정가격 이하의 금액이 나오지 않으면 계속 유찰되기 때문에 결국은 그 가격 밑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비료산업은 장치산업으로 연중 계속가동을 전제해야만 하고 개별판매는 미수금 등의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농협 계통구매에 참여해 왔다”고 주장했다.

#개선방안은

농협중앙회는 입찰방식으로 진행되는 비료 계통사업의 경우 부당행위 방지대책으로 △입찰참가 제한 △신고 포상제 도입 △입찰 전 부당행위 사전 교육실시 정례화 △입찰시 담합징후 등 상시 모니터링 실시 등을 마련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가격담합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예정가격 결정방식에 허점은 없는지 재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역농협에서 이뤄지는 추가장려금 계약에 대한 투명성 확보가 시급히 요구된다.

예정가격 결정방식 재검토
추가 장려금 계약 등
투명성 확보 선결과제
농자재가격심의회 필요


이에 따라 비료입찰의 예정가격 결정과 지역조합에서 진행하는 추가장려금 계약과정에 농민단체 관계자 등 제3자가 참여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상희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은 “농협중앙회는 비료 가격 원가 분석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농민단체 관계자가 참여하는 농자재 가격 심의위원회를 즉각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상희 정책실장은 또 “협동조합인 농협은 농자재 계통구매사업을 통해 주식회사와 같이 이윤극대화를 추구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고, 가격담합 등 부당이득을 농민들에게 환원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며 “아울러 농협이 농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선 취급수수료와 판매장려금 등 계통구매에 대한 정보를 명확히 밝혀 투명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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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0 09:12 2012/02/2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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