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이 판로 걱정 없이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이는 농협이 신용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책임지고 팔아달라는 얘기다. 농협의 사업분리 논의 시 ‘경제사업 활성화’라는 얘기가 가장 많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업분리를 통해 경제사업을 활성화하고 농민 조합원 중심의 사업들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또 아직 사업분리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농협이 산지유통조직의 규모화를 시도하는 등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여러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현재 농협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사업을 점검하고, 사업분리 이후 농협이 구상하는 경제사업 활성화 전략을 살폈다.

농협이 ‘산지유통혁신 112운동’을 통해 산지유통의 조직화·규모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올해 6월 첫 선을 보인 전국 단위 연합사업 K-멜론.
#농업경제사업 올해 성과는
농산물 산지유통의 변화를 시도한 점이 눈에 띈다. ‘1조합 당 1품목 공선출하회, 1시군 당 1연합사업단 2년 내 육성’이라는 뜻을 지닌 ‘산지유통혁신 112운동’이 대표적 예다. 지난해부터 추진돼 온 이 운동은 산지유통사업을 규모화·조직화해 시장 교섭력을 높이고, 브랜드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ACP(산지유통센터)를 농산물 상품화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전 시군에 연합사업단 및 조합공동사업법인을 육성해 소비지 일괄 공급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공선출하회 2008년 260→올해 1300여개소까지 확대
K-멜론 매출 100억원 훌쩍·농기계은행사업 추진 주목
그동안 농협의 산지유통은 개별조합 중심으로 이뤄져 농산물을 소량으로 단순 수집해 대금을 정산하는 수준에 그친 것이 사실이었다.
농협은 ‘산지유통혁신 112운동’을 통해 2008년 260개소에 불과했던 공선출하회를 2009년 1006개소로 늘렸고, 올해는 1300여개소 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연합사업 역시 2008년 61개소에서 2009년에는 135개소, 올해는 140개소까지 늘어났다.
특히 전국 단위 연합사업인 K-멜론의 성과도 눈에 띈다. 지난해 출범한 K-멜론은 올해 6월부터 판매를 시작, 지금까지 매출 100억원을 뛰어넘은 상태다.
하지만 아직 미흡한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외형적 성장에 비해 내실화는 아직 부족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취급액 10억원 미만의 연합사업단이 전체의 15%를 차지하고 있고, 공선출하회도 형식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농기계은행사업에서는 올해 제도개선을 통해 영농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둔 점이 주목할만 하다. 농협중앙회는 올해부터 농기계은행사업용 농기계에 대해 경쟁입찰을 실시해 183억원 가량의 농가 구입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승용이앙기, 트랙터, 콤바인 등 본체는 17% 가량, 부속작업기는 32% 가량 가격이 인하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판매장려금도 5대 업체로부터 구매금액의 5%를 별도로 받아 조합에 지급하던 것을, 원가에서 직접 차감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했다. 판매장려금 폐지로 사업투명성과 가격경쟁력이 확보돼 농가 불신을 해소하고 민간대리점의 횡포를 견제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농협은 농기계은행사업용 농기계의 입찰기종 및 규격을 확대하고, 계통농기계도 농기계은행 입찰가격으로 가격을 인하해 공급할 계획에 있다.
비료사업 부문에 있어서는 올해 맞춤형비료 도입과 관련, 기존 가격협상 방식의 계약체결 방식에서 경쟁입찰로 전환해 총 2806억원의 농가 비료구입비가 절감됐으며, 전년대비 평균 25% 가량의 가격인하 효과를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올해 7월부터는 정부 보조지원 방식이 사후환급에서 사전차감으로 변경돼 농업인들의 체감가격이 내려갔다.
농약사업의 경우 올해 2월 농약가격을 2.5% 인하해 328억원의 농약구입비를 절감했으며, 비수기 현금할인공급 확대로 가격인하를 추진하기도 했다. 농협은 향우 연합구매시 경쟁입찰 방식을 시범 도입하는 등 제도개선을 추진 할 계획이다.
#전문가 진단 /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
“중앙회-조합 함께 참여하는 시스템 만들어야”
산지유통혁신 112운동 내실화
조합원 교육강화·규모화 모색을

김기태 소장은 지금까지의 농협 경제사업이 중앙회 사업에 치우쳤다면서 이제는 중앙회와 조합이 함께 참여하고 함께 책임질 수 있는 경제사업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합원들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경제사업이 활발히 추진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
“경제사업을 활성화 한다고 하지만 조합원들과 함께 하는 경제사업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신지유통혁신 112운동과 같은 것은 내실화를 기하면서 더욱 확대하고, 이를 통해 육성된 공선출하회가 더욱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그는 조합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합원들에게 협동에 대한 마인드를 더욱 깊게 심어줘야 경제사업을 안정적으로 이어 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경제사업이 협동조합적 방식으로 바뀌려면 조합원 교육도 중요합니다. 조합원들에게 단순히 올해 얼마만큼의 사업을 했다라는 것을 전달하기보다, 조합원들이 실제 경제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마인드를 갖게 해야 합니다.”
이어 그는 경제사업의 규모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배추파동과 같은 일은 개별 농협이 대응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전국적으로 수급조절이 가능할 수 있도록 광역사업들이 좀 더 육성돼야 할 것입니다. 또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제도개선도 필요하죠. 예를 들면 현재 조합장의 경우 다른 법인의 임원이 될 수 없는데, 경영은 경영담당자가 하더라도 의사결정은 대표성을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도록 해야 됩니다.”
끝으로 김기태 소장은 식품 등 새로운 사업 분야에 있어 조합과 연대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발굴해야 한다고 전하면서, 무엇보다 사업분리 시 경제사업에 자본금을 적정하게 확보하는 일에 농협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사업 분리시 적정자본금 마련될 땐 흑자경영 가능 전망
2014년까지 4064억원 투입…물류통합시스템 구축토록
우선 농업경제사업의 자립경영을 위한 노력들을 이어 가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농업경제사업 부문은 경제사업 자립기반 구축을 중점 목표로 정하고 사업물량확대 및 관리비용 절감 등 다각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평균적으로 1300억 정도의 적자를 보던 경제사업 적자규모가 대폭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당초 1500억원 가량의 적자를 예상했으나 적자규모를 절반으로 줄여 734억원의 적자를 냈다. 특히 올해는 적자규모가 467억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지난해보다도 267억원 가량 적자폭을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농협의 신용·경제 사업분리 논의가 진행 중에 있지만, 경제사업에 적정자본금이 마련된다면 경제사업도 충분히 흑자경영이 가능하다는 것이 농협의 판단이다. 농업경제사업의 적자요인으로는 타회계자금에서 차입하는 이자비용이 약 550억원 발생하고 있으며, 지도사업비로도 357억원 지출되고 있는 상태다. 또 경제사업 자립경영 기반을 구축을 위해 수익모델과 신성장 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사업량 확대 및 관리비성 비용 감축을 통해 농업경제사업의 생산성을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농산물 물류효율화 기반구축에도 나설 계획이다. 물류효율화를 통한 경비절감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거 물류체계를 정비하고 품목별 기능중심으로 통합하는 등 물류통합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 농협의 구상. 이를 위해 농협은 내년부터 2014년까지 총 4064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경기 안성·광주·평택, 강원 원주, 전남 광주, 경북 군위, 경남 밀양, 제주 등 8개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조합 APC 및 조합공동사업법인과 연개해 수·배송의 계열화를 구축할 계획에 있다. 또 내년에는 물류 효율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과 물류업무 조정을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할 예정에 있다.
#사업 분리시 활성화 전략은
판매농협 구현…지도지원→판매사업 중심으로 전환 방침
조합·중앙회 공동투자, 유통계열화 등 3대 핵심과제 추진
현재 국회에서는 농협중앙회의 신용·경제 사업 분리 논의가 진행 중이다. 사업분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경제사업의 활성화다. 현재 농협은 사업분리와 연계된 경제사업 활성화 계획을 마련한 상태다.
우선 경제사업 활성화 비전은 농업인에게 실익을 주는 판매농협의 구현이다. 경제사업을 지도지원 중심에서 판매사업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얘기. 이를 위해 △조합·중앙회 공동투자 △농축산물 유통계열화 △자립경영 시스템 확립 등 3대 핵심과제를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 그동안 개별조합 중심의 소규모 분산 투자가 주를 이뤄 사업경쟁력이 약화됐다는 판단에 따라 조합과 중앙회 공동으로 경제사업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조합과 중앙회의 공동투자로 시군 단위 조합공동사업법인과 광역 단위 품목공동사업법인을 조직, 산지유통의 핵심 주체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산지와 소비지간 유통계열화가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라 전국단위 도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축종별 마케팅 조직 육성 및 다각적인 농산물 판매망 확충으로 산지와 소비지간 농축산물 유통 계열화를 이뤄 시장교섭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신용사업 수익에 의존한 만성적 적자구조에서 벗어나, 신성장동력을 통한 지속가능한 경영시스템을 확립하겠다는 목표가 있다. 이에 경제사업 적정자본금 확보 및 직접 투자로 선순환 성장모델을 구축하고 식품사업 등 신성장 동력을 찾아 낼 계획이다. 현재 농협은 사업분리가 이뤄지는 시점에서 더욱 구체화 된 경제사업 활성화 계획을 확정할 예정. 농협은 이를 통해 2020년에는 산지조합 출하물량의 절반 이상을 중앙회가 책임지고 판매하고, 소비지 유통 점유율을 현재 10%에서 2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