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킨지 보고서는 농협을 일반 회사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본보가 지난 12일자로 신경분리 용역 보고서에 대한 내용을 보도하자 농업계에서는 협동조합의 근간을 흔드는 내용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농협중앙회 내부에서조차 이번 용역보고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지주회사 자본금 14조3000억원
경제지주회사 쪽은 2조6000억 불과
자회사만 나열…편제도 너무 ‘형식적’
지역농협 상호금융 발전 방안도 없어
문제의 핵심은 이번 용역 보고서가 금융지주회사 설립만을 위한 보고서라는 것. 자본금 자체가 경제지주회사 쪽에는 2조6000억원에 불과한 반면, 금융지주회사 쪽에는 14조3000억원(중앙회 지분 11조3000억원)으로 쏠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민단체가 주장하는 연합회 방식의 신경분리와는 더욱 거리가 멀다. 농협중앙회 아래 경제지주회사와 금융지주회사를 두고 있는데 이렇게 될 경우 중앙회가 일선조합에 군림하는 문제가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진도 충남대 교수는 “신용사업 만을 위한 신경분리 안으로 연합회 체제가 아닌 금융지주회사에 자본금을 쏟아 넣겠다는 것”이라며 “중앙회 금융사업은 신용사업연합회의 자회사 형태로 만들어 협동조합의 큰 틀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신경분리의 본 목적은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서인데 알려진 보고서 내용을 보면 경제사업 쪽의 편제는 형식적으로만 나눠 났다. 실제 보고서 내 조직도를 보면 NH경제(경제지주회사) 아래 자재, 가공, 도매, 소매 파트로 나누고 남해화학, 목우촌, 도매유통회사, 소매유통회사 등 자회사를 두는 것으로 돼 있다.
윤석원 중앙대 교수는 “멕킨지 보고서가 중앙회 신용사업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얘기 하지만, 단순히 말하면 중앙회 자본금의 대부분을 집어넣어 금융지주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신경분리의 목적은 경제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함인데 경제사업 쪽은 도매회사를 만드는 정도의 언급만 있고 나머지는 현 체제를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민수 한농연 농업정책연구소 팀장도 “현재 농협중앙회 경제사업 부문 편제도 엉망인데 이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NH경제 아래 자회사만 나열해 놓고 있다”며 “멕킨지 보고서의 신경분리 내용 중 경제사업 부문 편제는 너무 형식적이고 취약하다”고 말했다.
상호금융도 문제다. 보고서에는 농협중앙회 내에 상호금융 중앙 본부를 두는 것으로 돼 있는데, 구체적인 상호금융의 발전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신경분리 이후 금융지주회사가 중앙회에서 따로 떨어져 나갈 경우 일선조합의 상호금융 여건은 더 열악해 질 수 있는 문제도 존재한다.
기원주 전농 협동조합개혁위원장은 “멕킨지 보고안은 중앙회 은행을 살리는 내용으로 지역농협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서 “특히 금융지주회사를 통해 외부자본이 들어 올 경우, 중앙회가 소유권이나 지배권을 갖는다해도 일정 정도의 지분을 갖는 주주들이 경영권 행사나 수익자체를 배당금으로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용역 보고서와 관련 농협중앙회 내부에서도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마디로 중앙회 각 사업부문별 실무자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이 없었다는 것이다. 축산 부문의 경우도 전문가가 참여해 신경분리 방안을 짜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 다만, 이번 용역 보고서는 농협의 최종안은 아니라, 향후 농협이 어떤 신경분리 방안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국농어민신문 보도 내용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