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업 일부 이용 안했다고 제명?…“잘못된 선례 남겨선 안돼”

횡성축협처럼 거대한 농·축협을 상대로 소수의 조합원들이 싸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횡성축협에서 제명된 20명의 조합원은 조합과 끝까지 싸우기로 결심했다. 조합장이 막강한 권력을 이용해 조합원들에게 행하는 부당한 횡포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제명된 조합원들이 제기한 ‘횡성축협의 조합원 제명결의 무효 확인’ 소송 관련 2심 판결은 이르면 오는 6월 초순경 나올 전망인 가운데 이들이 말하는 횡성축협의 부당한 횡포와 이번 법원 판결이 축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정리했다.



6월 초 법원 2심 판결 앞두고
제명된 20명 “끝까지 싸울 것”

▶명백한 농협법 위반

축협·품목조합 중복 가입 없고
경쟁관계라도 제명사유 안돼 

농협도 사료·비료 등 안 쓴다고 
조합원 제명 사례 찾기 힘들어

“현 조합장 유리한 선거 위해
지지하지 않는 조합원 내친 것”

▶2심도 횡성축협 이긴다면

“법원 판결 통해 공인 받으면
농가, 축협 눈치 보는 노예 전락”
농업계 큰 혼란 불러올 가능성 


▲횡성축협의 조합원 제명, 명백한 농협법 위반=제명된 조합원들은 횡성축협의 조합장이 제왕적 권력을 악용해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농협법 제3장(지역축산업협동조합) 제105조 조합원의 자격에 따르면 조합원은 둘 이상의 지역축협에 가입할 수 없고 제4장(품목별·업종별협동조합) 110조에도 같은 품목이나 업종을 대상으로 하는 둘 이상의 품목조합에 가입할 수 없다고 명시됐다. 즉, 제명된 조합원들은 지역축협인 횡성축협과 품목별·업종별협동조합인 횡성한우협동조합에 각각 가입한 만큼 법을 위반하지 않았고 제명될 이유도 없다고 강조한다.

특히 횡성축협과 횡성한우협동조합이 한우농가를 주 조합원으로 한우의 생산·유통·판매 등 주요 사업내용이 동일하고 서로 경쟁관계에 있어도 제명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31일 제명된 조합원들에게 회신한 문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농식품부의 문서에 따르면 횡성한우협동조합과 횡성축협의 사업이 경쟁관계에 있다는 사유만으로는 조합원 제명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또 횡성축협 조합원이면서 횡성축협 사료를 이용하지 않는 젖소·양계·양돈농가 조합원은 제명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횡성축협의 제명처리에 형평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명된 조합원 A씨는 “우리는 횡성축협 창립 초창기부터 횡성축협 발전을 위해 한우사육에 필요한 사료구매와 한우출하 등에 동참했고 한우 고급육 생산에 적극 노력해 횡성축협 한우가 전국 최고 한우 브랜드로 성장하는데 일조했다고 자부한다”며 “횡성축협의 조합원 제명 행위는 농협법과 횡성축협 정관을 위반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 현 조합장이 선거에서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경제사업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걸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조합원을 내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전국 단위농협에서 사료는 물론 비료, 농약 등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 조합원 제명 등 불이익을 주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전국한우협회에 따르면 강원도 내 10개 축협 중 횡성축협을 제외한 9개 축협에서는 농협중앙회 배합사료와 민간업체가 생산한 배합사료를 함께 판매하고 조합원이 희망하는 사료를 선택할 수 있다. 또 일선 조합에서는 농협(농협 케미컬)과 일반 회사의 농약을 함께 판매하고 있고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을 조합에 납품하지 않은 조합원을 제명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없다. 이와 관련 계재철 한우협회 한우정책연구소장은 “전국 139개 축협 중 횡성축협이 농협사료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조합원을 제명한 것은 보편타당한 상식적인 결정이 아니라 독단적인 결정”이라며 “제명된 조합원들은 횡성축협의 경제사업 중 하나로마트, 예금, 대출 등을 이용했다. 단지 축협 사료를 구매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제명한 것은 횡성축협 정관 제5조(사업의 종류)와 12조(제명)의 범위를 벗어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법원 판결, 잘못된 선례로 남을까 우려=오는 6월로 예정된 ‘횡성축협의 조합원 제명결의 무효 확인’ 관련 판결은 횡성축협은 물론 농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만약 2심에서도 횡성축협의 손을 들어준다면 향후 일선 농·축협들이 횡성축협 판례를 준용해 생산자단체 회원, 지역 농·축협의 조합원이 조합의 경제사업을 일부 이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손쉽게 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우리 협회의 OEM 사료를 사용하고 지역축협의 배합사료를 구매하지 않는 협회 회원들이 해당 조합으로부터 제명당하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걱정이 많다”며 “이번 건은 단순히 횡성축협의 조합원 제명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자칫 농업계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재판부의 신중한 판단을 요구했다.

A씨도 “횡성축협 조합원 제명이 법원 판결을 통해 공인을 받는다면 전국축협에 조합원으로 가입된 농가들은 조합 눈치를 살피는 노예와 같은 종속적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명된 조합원들의 법률 대리인, 조성호 변호사는 “농촌에서 농·축협이 하지 않는 사업이 얼마나 되겠느냐. 서로 경쟁관계에 있다고 조합을 만들지 못한다면 협동조합기본법의 제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 등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20/04/22 14:01 2020/04/2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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