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구조개편을 앞두고 관심을 모았던 농업협동조합법 개정법률안이 입법예고 됐다. 당초 일정 수준의 접점을 찾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농협중앙회장 호선제’와 ‘132조 축산특례조항 삭제’등과 같은 현 농협중앙회 근간을 흔드는 내용들이 모두 입법예고안 포함됐으며, 특히 비상임인 농협중앙회장의 지위를 들어 그간 각 사업전담대표에 위임했던 농협중앙회장의 권한도 모두 사업전담대표의 고유권한으로 전환, 농협중앙회장은 말 그대로 농협중앙회의 대표성만 갖도록 했다.


●중앙회장 호선제 도입
실질권한 없이 대표성만 유지
현직 조합장에만 자리 허용돼

농식품부는 농협중앙회장의 호선제 전환 이유를 ‘비상임이라는 중앙회장의 지위에 맞게 개선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구조개편에 따라 농업경제대표와 축산경제대표가 중앙회 직제에서 삭제되고 농협경제지주로 이관되는 한편, 입법예고안처럼 농협중앙회장이 농경·축경대표를 비롯해 교육지원부문을 관장하고 있는 전무이사와 상호금융대표 등에게 위임해 전결토록 했던 업무권한이 각 사업대표의 고유권한으로 전환되면 실제 사업과 관련된 부문에서는 중앙회장의 권한이 없어지기 때문에 호선제로 전환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중앙회장은 앞으로 대의원회의 의장과 농협중앙회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대표성 정도의 지위 수준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호선제 전환과 함께 중앙회장은 중앙회 이사 중 조합장 이사에서 호선하는 것으로 개정안이 입법 예고됨에 따라 이 안이 그대로 반영될 경우 앞으로 중앙회장 자리는 현직 조합장에 한해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1월 14일에 열린 제 23대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농민단체와 시민단체 등이 중앙회장 직선제 목소리를 높였고, 이는 19대 국회로 이어지면서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전환을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호선제 전환과 각 부문별 대표로의 권한 이양으로 인해 나타날 문제점은 또 있다. 중앙회장이 실질 업무에 관여하지 못하게 할 경우 대표성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그리고 책임성은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가 관건으로 남는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권한을 각 사업대표에 위임하는 것과 각 사업대표의 고유권한으로 전환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면서 “비상임이고 권한을 위임한 것이기는 하지만 농협의 대표자로서 회원조합에 대한 감독과 사업을 총괄적으로 협의·조정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면서 난색을 표했다.


●지주로 이관 농·축경 대표는
농경대표-축경대표 관련 전반
지주회사 정관으로 정하도록

이번 농협법 개정작업에서 관심을 끌었던 또 다른 부분은 ‘농협경제지주로 이관되는 농경대표와 축경대표의 자리를 모두 만들 것인지, 아니면 통합할 것인지’와 또 ‘어떤 방식으로 뽑을 것인지’였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농식품부는 농협경제지주가 상법상의 회사라는 점을 들어 지주회사 정관에서 이를 정하도록 했다.

조재호 국장은 “중앙회가 출자한 경제지주부터 자회사까지는 사실은 상법상 회사이고, 상법상 회사에 관련된 사항들은 일반 상법이나, 아니면 자체 내부 규정을 통해서 뽑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라면서 “농경대표와 축산대표를 복수대표제로 유지할 것인지 여부와 어떤 방식으로 선임을 할 것인지 여부를 농협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정관으로 정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내부에서의 의견조정을 요구왔던 농식품부가 최종 중앙회가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상법상의 회사라는 점에서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이유를 들어 공을 다시 농협중앙회로 넘긴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입법예고안 대로라면 농협경제지주는 정관을 개정해 농경·축경대표를 어떻게 뽑을 것인지, 그리고 둘 다 뽑을 것인지, 지주회사의 대표성은 어떻게 부여할 것인지 등을 정관에 반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의 정관 개정을 최종적으로 농식품부장관이 인가를 하도록 했다는 점도 논란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지주회사를 선택한 것은 주식회사로서 보다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사업을 결정해 일반업체와 경쟁해 나가라는 뜻으로 이해되는데, 정관개정에 대해 장관 인가를 받도록 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면서 “원래 취지와 맞지 않는 옷을 입힌 꼴”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인가란 총회를 거쳐 결정된 사안을 장관에게 보고하는 형식으로 사전 보고하는 승인과는 다르다”면서도 “하지만 인가가 이뤄지지 않으면 시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지주회사가 정착이 되고 나면 굳이 정관변경에 대해 인가를 받을 필요는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일단 ‘임원을 뽑는 방식이나, 몇 명을 뽑을지, 또 지주회사의 대표체제는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등의 지배구조 구성까지는 농식품부가 관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부실조합원 정리
경제사업 1년 미이용 시 제명

일각 “점차 기준 높일 것” 의견

조재호 국장은 “2014년을 기준으로 조합의 경제사업을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조합원이 45만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2015년 8월을 기준으로 전체 조합원 수가 234만8000명가량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모두 정리될 것이라고 가정하면 전체 조합원 수의 20% 가까이 줄어드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입법예고안에서도 ‘정당한 사유 없이 경제사업을 1년 이상 이용하지 않은 경우’에 한해 제명을 시키는 것으로 조항이 신설돼 있다. 또 일각에서는 점차 이 기준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은 “상징적인 의미에서 기준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의 농업총조사에서는 평균 500만원정도 수준에서 조합을 이용을 하고 있었고, 또 다른 측면에서 취미 수준이 아닌 실제 농업생산에 종사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면 농식품부의 발표보다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하지만 “경제사업 이용이 없는 조합원들 대부분이 도시조합의 조합원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만약 이들에 대한 조정이 시작되면 도시조합들은 출자금 문제와 조합원수 기준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일정 수준의 유예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는 이번 입법 예고안에 매년 지역농협이 약정조합원 육성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약정조합원이란 ‘농산물 출하 등 조합의 경제사업에 대해 이용계약을 맺고 성실히 이행하는 조합원’을 말하는 것으로 조합은 이 약정조합원에 대해 사업이용과 배당 등에서 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약정조합원 제도를 운영하는 조합은 3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자금 운영권과 또 다른 쟁점
조감위 의결사항 장관에 보고
농식품부가 직접 틀어쥘 수도

현행 농협중앙회 교육지원부문으로부터 배정받은 자금을 농업경제와 축산경제가 판매와 조합경제사업자금 등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농경과 축경이 농협경제지주로 이관된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관심거리였다.

일단 입법예고안 상으로는 중앙회가 회원에 대해 국가나 공공단체가 위탁하거나 보조하는 사업에 따른 자금을 지원하는 경우 경제사업과 관련된 자금은 농협경제지주회사가 수립한 자금계획에 따르도록 했다. 일정 수준 교육지원부문으로부터의 예산권을 독립시켰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선조합에서도 경제사업 지원예산이 축소돼서는 안된다는 요구가 있었고, 이런 차원에서 경제사업 이관과 함께 관련 예산권도 함께 옮긴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기태 소장도 “경제사업이 이관되는 상황에서 예산의 편성의 전문성 확보 차원에서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농협중앙회장 직속으로 회원조합에 대한 실질적인 지도감독기능을 하는 조합감사위원회를 중앙회장 소속에서 떼어내어 조감위가 회원에 대한 감사방법과 계획에 관해 의결한 사항을 농식품부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하고, 또 감사규정의 위법성 등에 따라 감사규정의 변경을 직접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의 신설과 상위 100개 정도의 조합에 상임감사를 두도록 한 조항 등도 논란이 예상된다.

현행법에도 농식품부가 중앙회와 지역조합에 대한 감독권한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감사업무에 중앙회장이 빠지고 중앙회의 조감위와 지역 조합의 상임감사들을 통해 중앙회와 지역조합을 직접 관리감독 하겠다는 의도로 읽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이미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 후 농협경제지주의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할 수 있는 판매활성화사업 평가도 농협경제사업평가협의회를 두도록 했고, 15인 이내로 구성되는 협의회 위원 중 10인을 농식품부 장관이 위촉하도록 하고 있어 농협의 주요사업과 감사기능을 농식품부가 직접 틀어쥐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특례조항 삭제 ‘축산인 반발’ 고조
축협조합장 “농협법 132조 부활 총력”

“축산 위기로 모는 악법” 목청
독립된 축산경제지주 설치

축경대표 선출 현행대로 해야

축산경제 특례조항이 삭제된 농협법 개정안이 발표되자 축산인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의 지역축협과 축산인을 대표하는 축산발전협의회는 농협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된 20일 서울 용산역 회의실에 긴급회의를 갖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협의회는 축산특례 조항의 폐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난 2000년 농협과 축협이 통합될 당시 축산업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감안해 마련된 현행 축산경제대표 선출 방식이 오히려 민주적이고 선진적이라는 주장이다.

회의에 참석한 축협조합장들은 농협법 132조를 부활시키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키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독립된 축산경제지주를 설치하고 축협조합장 대표자회의에서 선출하는 축산경제 대표의 선출 방식 또한 현행 체제를 유지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회의에서 축협조합장들은 “농협법의 개정은 축협만의 현안이 아닌 모든 농업계 여론으로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저지해야 한다”며 “축산특례조항을 삭제한 개정안은 우리나라 축산업을 심각한 위기로 몰고 가는 악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축산인과 축협의 의견이 배제된 개정안은 있을 수 없다”며 “법안이 입법 예고됐지만 국회는 물론 전국민을 대상으로 다각적인 농정활동을 펼쳐나가자”고 결의했다.

정문영 축산발전협의회장(천안축협 조합장)은 “지난 2000년 농협과 축협이 통합될 당시 헌법재판소는 132조 축산특례조항이 있어 합헌 판결을 내린 것”이라며 “따라서 이번 축산특례조항이 삭제는 크게 잘 못된 것이고 무관세 시장개방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 축산업을 위해서는 축산특례조항은 무조건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6/05/23 13:22 2016/05/2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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