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2일 새롭게 농협중앙회를 이끌고 갈 회장으로 김병원 후보가 당선되었다.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김병원 당선자는 조합장, 중앙회 이사, 농협자회사 사장 등을 역임한 경력을 십분 활용하여 다른 후보와는 달리 사업별 공약을 제시할 정도로 중앙회와 농축협에 대한 이해가 높다. 전략적인 고민을 해야 하는 앞으로의 농협중앙회로서는 가장 최적의 인물을 선출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농협의 변화가능성에 더 많은 기대를 하게 된다.

경제지주 없애면 경합문제 해소?

일반적으로 당선자에게 건네는 대표적인 주문은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라”이다. 하지만 김 당선자의 공약 가운데 농협경제지주를 해체하고, 농협무이자자금을 10조원에서 20조원으로 늘리겠다는 약속에 대해서는 반대로 다시 한 번 신중하게 검토할 것을 권하고 싶다.

사실 농협경제지주에 대한 재검토는 대다수 후보들의 공약이기도 했다. 그 이유로는 농협경제지주가 일선조합의 사업과 경합관계에 놓일 것이라는 조합장들의 불만과 불안이 광범위하게 퍼졌기 때문이다. 실제 농협중앙회는 그동안 농협경제지주와 자회사에 대해 명칭사용료와 배당을 요구하였기 때문에 조합장들의 불안에는 나름 현실적 이유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농협경제사업이 사업구조개편 전에 700억원 정도의 적자를 보이다가 현재는 600억원 정도 흑자를 내고 있어 잠깐 볼 때는 농협경제지주가 출범한 후 수익을 많이 올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사업구조개편 이전에는 경제사업 부문이 2조원이 넘는 돈에 대한 이자를 물어야 했지만, 지금은 6조원의 배정된 자본이 있어 오히려 이자수입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회사로 분리되면서 점차 사업체로서의 DNA를 회복하고 있고, 직원의 채용에서도 급여 수준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이니 불필요하게 과도한 오해나 불안감을 가지기보다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하면서 구체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농협경제지주를 해체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찍힌다. 농협사업구조개편 이전에도 많은 조합장들이 중앙회와 일선조합의 사업이 서로 경쟁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현장의 조합장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가장 큰 불만은 농협보험의 부당한 수수료 체계와 상호금융 예치금리의 하락에 닿아 있다. 신용사업과 관련된 불만이 경제사업에 불똥을 튀기는 점이 없는지도 따져 봐야 한다.

무이자자금 2배로 확대도 걱정

협동조합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사업을 이용하는 조합원이 의사결정에 더 밀접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더 많은 혜택과 배당이 돌아갈 수 있도록 사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협동조합적 사업구조가 만들어지면 지주회사냐 중앙회냐의 법인격의 다름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무이자자금을 10조원에서 20조원으로 늘리려는 공약이다. 농협의 무이자자금은 내부유보자금을 제외하면 농협중앙회가 빚을 내어 일선조합에 나눠주거나, 교육지원사업비를 늘리고 이를 이자율로 나눠 무이자자금 규모를 늘리는 방법 뿐이다. 20조원으로 늘리려면 빚을 10조원 더 내든지, 2%로 이자를 계산할 때 매년 일선조합에 나눠주는 교육지원사업비를 200억원 정도 더 늘려야 한다. 전자는 농협중앙회를 빚쟁이로 만들고, 후자는 금융지주나 경제지주에서 더 많은 배당이나 명칭사용료를 받아내야 한다. 전자는 결국 멀지 않은 미래에 다시 일선조합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되고, 후자는 일선조합의 운영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무이자자금을 늘릴수록 경제지주와 금융지주는 일선조합과의 경쟁으로 내몰리게 되고, 결국 중앙회 및 지주회사 관련 사업에서 일선조합의 부담은 간접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아랫돌을 빼어서 윗돌을 괴는 격이다.

농협중앙회가 협동조합의 연합회로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서는 중앙회장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조합장들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일선조합의 운영상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중앙회를 자꾸 쳐다보면 안된다. 협동조합은 자조와 자립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보조를 바라기보다 사업체계의 정비, 효과성을 높이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직원의 협동조합 운동가라는 태도와 자세를 높이면서 전문성을 키우고, 사업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정비하는 조직혁신을 중앙회, 경제지주, 일선조합이 모두 함께 해야 한다. 불필요한 교육지원사업비를 절감하되, 조합원에게 필요한 사업은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무이자자금을 잊어버리는 노력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조합장들 인식 변화가 선결과제

경제지주를 최대한 협동조합 원칙에 따라 운영하도록 노력한 다음에야 농협 내부에서 경제지주의 재구성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농민조합원과 정부, 국회는 농협중앙회를 신뢰하면서 새로운 체계를 말할 수 있지, 지금같은 상황에서 지주해체는 어불성설이라 하겠다.

사족을 붙이자면 이미 선거가 끝난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여전히 당선자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이상하다. 현 회장은 법에 정한 4년 임기의 중앙회장을 4년 3개월까지 끌고 가려하는 데 말이다. 상식이 통하는 농협중앙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기태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
2016/02/03 09:53 2016/02/0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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