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수준만큼 발전한다.

170년 세계 협동조합 역사를 통틀어 보면 협동조합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조합원들이 얼마나 협동조합의 실질적인 주인으로서 활동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외부의 환경이나 정부의 지원제도가 협동조합에게 유리할 때에는 그다지 어려움 없이 협동조합들이 발전할 수 있고, 조합원에게 여러 가지 혜택을 줄 수 있다. 지난 50년간 농협은 사업적으로만 보면 이런 좋은 여건에서 운영되고 성장해 왔다.


협동조합, 조합원의 수준만큼 발전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없을 듯한, 그래서 세계적으로도 모범사례로 통하는 우리나라 농협인데, 왜 농민조합원들의 불만은 커져만 가는 걸까? 그 대답은 역설적이게도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수준만큼 발전한다’는 이 당연한 말이 농협 내부에서 사라져 가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왜 그런가? 조합원의 교육을 다루는 농협법 제60조의 1항에 따르면 ‘지역농협은 조합원에게 협동조합의 운영원칙과 방법에 관한 교육을 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고 조합원의 책임을 규정한 제24조의 2항에서는 ‘조합원은 지역농협의 운영과정에 성실히 참여하여야 하며,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농협을 통하여 출하하는 등 그 사업을 성실히 이용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인 이들 조문을 굳이 농협법에 명시한 취지는 조합원이 마땅히 져야할 책임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농협의 주인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누리기 위해서는 조합원에 대한 협동조합의 운영원칙과 방법에 관해 제대로 된 교육을 농협이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협동적 지도자들 힘모아 유대해야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농민조합원 가운데 국제협동조합연맹이 정한 협동조합의 7가지 원칙과 가치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은 조합원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니 조합원들에게 제대로 된 협동조합교육을 시키는 조합이 몇이나 될까? 농민들이 ‘대의원 대상의 협동조합교육을 해달라고 농협에 요구하니 이런저런 이유로 회피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상담전화를 협동조합연구소로 걸어오는 상황이니 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심지어 농협직원과 거나하게 술을 마신 자리에서 내 귀로 직접 ‘조합원에게 교육을 시키면 직원들이 귀찮아져서 안 돼’라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농협개혁을 말하면서도 협동조합의 원칙을 위배하는 주장을 하는 경우를 접하기도 한다. 극단적 사례이지만 어떤 분은 농협개혁의 방법이 있다며 ‘농협이 잘되려면 이용고배당을 없애고 출자배당을 100%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농협이 판매사업 수수료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분들의 선의와 열정은 이해를 하지만 이런 경우 참 난감하다. 제대로 된 협동조합 교육은 이제 농협이 반드시 해야 할 필수 과제이다.

하지만 평균 1500명에 고령화가 진행되는 조합원들 모두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수십 명의 조합원을 모아 놓고 1년에 서너 번 하는 집체교육으로 조합원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몇 시간의 강의만으로 협동조합 활동가에게 필요한 정보를 만족스럽게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잘 되는 농협을 살펴보면 함께 모여 정기적으로 협동조합이나 주 품목의 생산유통을 공부하거나 의견을 나누는 모임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판을 넘어 공부하고 대안 찾길

한 명의 조합장이 농협을 혁신하는 것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불가능하다. 협동조합은 여러 협동적 지도자들이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 바꿔 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전통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계모임이 제격이다. 여건이 좋으면 농협이 있는 읍면마다, 그렇지 않으면 우선 시군에서부터 한 달에 한 번 모여 한두 시간 농협과 관련된 책이나 정보를 읽고 이야기를 나눈 다음, 뒤풀이로 먹고 마시면서 유대를 다지는 ‘농협발전 계모임’을 운영하자. 농협이 주도하고 지원해 주면 더 좋고, 그렇지 않으면 농민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도 된다.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만드는 것이 어렵다면 한국협동조합연구소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

농업협동조합의 발전을 위한 모임은 한 사람이 열 걸음을 가는 것보다, 열 사람이 한 걸음을 가듯이 해야 한다. 또한 비판을 넘어서 대안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처음에는 이런 계모임의 힘이 미약하더라도 천천히 사람들이 모이고, 시간이 쌓여 가면 여름철 장마이후 쑥쑥 자라는 농작물처럼 희망이 보일 것이다. 작지만 따뜻하고 함께 만드는 ‘농협발전 계모임’에서부터 우리지역 농협의 발전에 시동을 걸자.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김기태 소장
2015/08/04 16:03 2015/08/0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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