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조직화·철저한 영농지도…농산물 경쟁력 높여야

농협 경제사업의 기본은 판매사업이고, 조합장이라면 누구나가 판매농협 구현을 공약하지만 실행단계에서는 적극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FTA확대로 인한 수입농산물 증대 및 농산업의 저성장기조 등으로 사업여건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형유통업체들이나 식품회사의 시장지배력이 커지면서 지역농협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래도 농협의 본질은 생산자 협동조합으로, 조합원의 농산물을 제값 받고, 많이 팔아 주는 것이야 말로 농협사업의 핵심이다. 따라서 그동안 농협의 판매사업에 대해 농민들의 불만과 개선요구가 많이 있었다. 한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판매사업 활성화에 노력하는 지역농협들이 있다. 이들은 농가를 조직하고, 엄격한 품질기준과 영농지도를 통해 농산물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또한 공선출하회나 연합사업단, 조합공동사업법인 등을 통한 산지조직화와 규모화를 통해 농산물 유통환경 변화에 모범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부안의 변산농협과 남원시조합공동사업법인 등이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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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산농협의 양파선별장 모습. 영세규모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변산농협은 조직화와 규모화, 전문화를 선택했고 이는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졌다.
 

#170여 양파농가가 한 몸처럼

‘소비자가 가격 결정’ 지속 교육
장기저장·모양 같은 양파 생산
통일된 재배지침 철저히 지켜

전북 부안의 변산면에서 생산된 양파는 도매시장에서 최고가를 받을 정도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변산농협이 조합원들을 조직화하고, 소비자가 선호하는 ‘장기저장이 가능하고 모양이 균일한 양파’를 생산하면서 인지도가 올라간 것이다.

변산농협의 양파계약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농가의 73%(2013년 기준)는 재배면적이 200~900평에 불과하다. 이처럼 소규모, 고령화된 조합원들을 조직화하고, 체계적인 영농지도와 품질관리로 양파의 경쟁력을 높여온 결과 안정적인 농가소득기반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신택수 변산농협 전무는 “우리지역은 65세 인구가 45%나 되고 몇 년 있으면 60%가 넘을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하고, 소규모 면적이라서 원가개념이 없이 농사를 짓고 있었다”면서 “영세규모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조직화, 규모화, 전문화 밖에는 없었다”고 설명한다.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농협의 경영측면에서 보면 영세소농이 대부분이라서 통일된 농사를 짓는 것이 불가능해보였고, 일반유통업자의 거래조건 이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어려웠다. 또 생산이나 유통전문가도 없었고, 대규모 농가들의 경우 생산기술 및 유통에서 유리한 입장이기 때문에 계약재배에 참여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도 있었다.

하지만 변산농협에서는 양파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농가가 아닌 소비자라는 세뇌교육을 통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170여 계약농가가 한 농가처럼 행동하고 실천할 것을 주문했다. 이런 노력이 지속되자 조합원들이 종자선택권을 농협에 위임했고, 관행농사금지와 재배지침을 준수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또 문자·전화·포전방문 등을 통한 영농지도, 단일종자 트레이 파종, 2모작 금지, 정식 1개월 전 피복 등 철저한 생산관리와 함께 통일된 재배지침을 지켜나가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양파는 톤백수거 및 규격별 저장을 했다가 전북농협이 공동으로 개발한 ‘예담채’란 브랜드로 대형유통시장에 50%가 공급되고, 나머지 50%는 도매시장으로 출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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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마케팅으로 대응력 제고

5개 농협이 모여 통합마케팅
체계적 역할 분담, 전문화 가능
다품목 소량 원예농산물에 딱

남원시조합공동사업법인은 관내 5개 농협이 참여해 2013년에 설립한 통합마케팅(연합마케팅) 조직이다. 2013년 600억7000만원의 실적을 달성했고, 올해는 10월까지 651억원의 매출을 올려 목표의 97%를 달성했다.

취급 품목은 딸기, 감자, 포도, 복숭아, 멜론, 파프리카, 사과, 배, 오이, 복분자 등 10여 가지가 넘는데, 품목이 다양하다는 게 역설적으로 관내농협들이 통합마케팅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다품목, 소량의 원예농산물이 많은 지역의 농업생산 환경을 감안할 때 협업과 조직화, 시장에 대한 공동대응, 시설계열화에 따른 상품효율화 등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통합마케팅은 기존 5개 농협이 개별적으로 마케팅을 할 때와 비교해 체계적 역할분담을 통해 전문화된 마케팅이 가능하게 했다. 즉, 5개 농협은 공동사업법인을 설립하면서 농산물마케팅경력 5년 이상의 책임자급 5명을 파견했고, 역할분담을 통해 농가조직, 생산지도, 상품화, 출하처 관리, 마케팅, 홍보, 교육지원 등을 전문화시켰다.

특히, 조합공동사업법인 설립이전에는 각 농협별로 ‘촌맹이’, ‘바래봉’ 등등의 개별브랜드를 사용했다. 그러나 통합마케팅 추진 이후 관내 5개 농협이 APC를 연계해 지속적, 연중출하시스템을 구축했고, 공동브랜드인 ‘춘향애인’을 사용하면서 대외인지도와 시장교섭력이 높아졌다. ‘춘향애인’의 경우 공동브랜드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별도의 생산 및 품질관리 규정을 두고 관리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포도, 딸기, 파프리카, 멜론, 감자 등 전략품목은 전체농가의 80.8%, 사과, 오이, 상추, 배 등 육성품목은 전체농가의 79.3%가 공동마케팅에 참여하고 있다. 공선출하농가는 각 농협별 출하약정(계약재배) 이행비율이 100%다.

또 남원인근인 임실, 순창지역의 조합공동사업법인과 딸기 연합마케팅시스템을 구축, 개별마케팅으로는 어려운 시장진입을 해결하고, 안정적인 물량공급능력을 확보하는 등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잘 팔아주는 농협 되려면?

경제사업 최우선으로 우수 직원 배치·집중 투자 필수
조합원·농협간 신뢰 구축, 역량 강화 노력 꾸준하게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아주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즉, 조합원과 농협의 신뢰구축, 조합원과 농협직원의 역량 강화 및 경제사업을 우선시 하는 정책이 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선 지역농협이 협동조합이란 조직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핵심 농가를 결집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농가조직화를 위해서는 지역농협과 조합원 간에 강력한 신뢰관계가 구축돼야 하고, 사업추진 과정에 품목 및 이해관계가 다른 조합원과의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울러 생산자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꾸준한 교육과 지도사업, 회의를 통한 사업추진에 대한 합의과정도 필요하다. 농협은 판매사업의 기초를 튼실하게 하기 위해 출하조직의 구성과 운영에 내실을 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판매사업을 이용하는 조합원도 계약재배 등의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경제사업장에 우수한 직원과 농협의 자원을 우선 배치하는 등 농협의 전체사업계획 중에서 경제사업에 중점을 두고 투자할 필요도 있다.

김원경 한국협동조합연구소 부장은 “판매사업을 비롯해 지역농협의 경제사업이 부진한 곳은 경제사업을 둘러싼 악순환 구조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경제사업에 대한 낮은 관심으로 중장기전략이 없고, 이런 경영방침 아래에서 자원투자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시설확보가 안 되며, 사업역량도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것이 결국 경제사업의 낮은 성과와 조합원의 낮은 만족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직원들은 신용사업대비 불리한 인사고과 및 근무여건의 부정적 인식으로, 판매사업의 경우 담당직원의 역량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우수 직원들이 근무를 회피한다. 또 기존 직원도 잦은 근무순환으로 전문성을 축적하기 어려운 구조가 돼 경제사업을 더욱 위축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원경 부장은 “이런 악순환구조를 전체적으로 개선해 선순환구조로 발전시켜야 판매사업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며, “농협 구성원들의 결단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는 “앞으로 지역농협의 판매사업은 시·군 및 광역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더욱 많으므로 조합원과 농협이 판매구조에 대한 그림을 잘 그린 후 이행하는 것이 요구된다”며 “개별농협 차원에서 한계가 있는 부분은 농협 간 공동마케팅을 확대하고, 조합공동사업인 및 연합사업을 통해 효과적인 역할분담체계를 구축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2014/11/17 10:32 2014/11/1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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