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라 하지만 그건 이미 포기한 사랑을 일컫는다. 사랑의 반대말을 증오라고도 하지만 그건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것에 대한 투정에 불과하다. 사랑의 반대말을 굳이 꼽으라면 ‘안타까움’인 것 같다.

사랑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뜨겁게 한 몸이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거나, 노력하고 노력해도 나만의 힘으로는 쉽사리 가까워 지지 못하는 상태! 길지 않은 내 삶의 흐름 속에서 농협은 언제나 안타까움의 대상이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지난 15여년간 농민단체 교육이나 강의 등 다양한 자리에서 농협이 가진 자원과 잠재력을 더 발휘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을 하라며 농협 개혁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하면서, 농협 컨설팅을 통해 다양한 모범사례를 만들어 농협의 역할을 홍보하는 데 기여하기도 하고, 농업정책을 설계할 때 농협이 지원 대상에서 빠지면 안 된다고 역설하거나, 농협이 가지는 시스템의 힘을 인정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 ‘친농협 인사’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농협을 사랑하면서도 안타까워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맏형이기 때문에, 아주 아주 복잡해서 쉽게 설명할 수 없고, 사랑스러운 면과 싫은 면이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에.....

내가 농협을 사랑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은 마치 우리나라를 사랑하고 안타까워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 꼴 저 꼴 보기 싫어 이민 가야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고개 돌리고 외면한다고 내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것도 아니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실향의 아픔에 사무칠 수밖에 없을 것을 번연히 알기 때문이다.


    나도 안타깝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농협도 많은 사람의 관심에 죽을 맛일 게다. 그냥 알아서 사업하게 내버려 두면 좋으련만 많은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하며 참견을 한다. 국민은행에 대해서는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으면서 농협에 대해서는 왜 그리 관심이 많은지 부담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농협은 수백만 명의 조합원이 소유권을 나눠 갖고 있으며, 조합의 다양한 사업을 이용하고 있는 가지 많은 나무이며,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의 문제를 해결할 가장 큰 조직이라서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는 랜드마크이자, 구체적인 평가는 차치하고서라도 협동조합의 안정적인 시스템을 가장 잘 정립한 선배 협동조합이다. 수많은 협동조합의 작은 배들이 떠 있는 바다에서 우뚝한 항공모함과 같다. 관심을 안 받을 수가 없고, 그 만큼 몸조심 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반대로 제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쉽게 농협을 이야기하지만, 또 쉽게 농협을 오해하기도 하고, 농협이 더 많은 역할을 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쉬웠다. 농협민주화니 농협개혁이니 하는 말들의 역사도 이미 40여년을 넘어서 있으니 오죽하랴. 임직원들은 그런 숱한 말들이나 행동들의 파도들에 이력이 붙어 어지간한 내외부의 움직임에 대해 심드렁하다. 농협개혁의 주장들도 이제는 으레 하는 이야기로 관성 화 되어 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내외부의 변화는 계속 축적되고 있는데, 농민조합원과 임직원들은 오히려 세상의 바깥에 놓인 듯 한가롭다.

    외적 환경이 계속 바뀌어 나갈 때 내부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 안지 못하면 수동적으로 크게 터질 수밖에 없다. 일본농협 JA에 대한 아베 정권 내각부의 개혁안은 세세한 이유들을 제외하고 크게 보면 일본의 국민들이 농협보다 아베정부, 자본주의의 효율성에 대한 기대에 손을 들어 줄 것이라는 판단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농협도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하지만 외부의 충격을 주기 위한 개혁논의는 사회적 비용을 증폭시킬 뿐만 아니라, 실제 농민 조합원에게 실익을 주기란 쉽지 않다. 농협 내부에서 외부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태세와 조직문화, 이를 이끌어 갈 지도자들의 역량이 동시에 정비되고 높아져야 한다. 

    내년 3월이면 농협조합장 총선거가 열린다. 2011년 개정된 농협법에 따라 전국 1,150여 회원농협에서 한꺼번에 조합장을 직선으로 뽑는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에 버금가는 협동조합참여의 공간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그 역사적 의의와는 달리 이를 준비하기 위한 농협 내외부의 논의나 활동은 현재로서는 쉽게 찾기 어렵다. 조합장이 되려는 사람들의 개별적인 움직임들만 보일 뿐 2015년 농협조합장 선거가 한국 협동조합운동의 축제로 승화하고, 새로운 지도자들이 대거 등장하여 변화를 주동적으로 맞이할 전기가 될 수 있는 내용도 방향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2015년 농협조합장 선거가 단순한 이벤트에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하며, 동시에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연구소는 앞으로 1달 정도 준비하여 농협의 사업구조개편과 농협조합장 총선거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에 대한 지혜와 의견을 모으는 토론을 개최하려 한다. 농협을 사랑하면서 안타까워 하는 마음을 연구소가 할 수 있는 만큼 담아보려 한다. 많은 분들의 관심을 기대한다.


2014. 07. 15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 김기태

2014/07/16 13:35 2014/07/1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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