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기본법 제정 1주년을 맞이하여 이러저러한 평가가 한창이다. 3천여 개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협동조합 간 협동을 위한 협의회들이 서울을 비롯하여 여러 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협동조합을 가지고 뭔가를 도모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고 있는 셈인데, 북적북적한 시장통이 새로 만들어지는 느낌이다.

또한 협동조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설립된 협동조합들이 대부분이어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어려운 사람들에게 절망을 건네 줄 것이라는 우려부터, 협동조합이 정치에 휘둘릴 것이라는 경계도 단골 레퍼토리다.

협동조합기본법을 둘러싼 여러 가지 말이 나오는 와중에 수협 직원의 150억여 원 경제사업 관련 횡령 사건이 터지고, 농협의 대출금리 조작에 대한 농식품부의 징계 명령이 내려졌다. 농민과 어민 등 서민들이 주인이며, 수십 년 간 운영되어 온 협동조합에서 직원의 비리사건이 빈발하는 것은 협동조합이 과연 원래의 취지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을 던져 준다.

모두 맞는 말이다. 협동조합이란 단지 만들기만 한다고, 운영만 한다고 저절로 조합원에게 혜택이 가고, 사회발전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협동조합 선구자들은 운동과 사업이 균형을 이루고 두 가지 활동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항상 긴장하고 혁신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협동조합의 법인격은 국가의 제도로 인해 부여되겠지만, 좋은 협동조합, 진정한 협동조합은 조합원을 비롯하여 우리 모두가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여러 우려들에 대해 협동조합인들은 굳이 말을 가지고 설득하기보다는 실사구시의 실천을 통해 함께 해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미 3천여 개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돈 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의 증거이며, 협동조합이 경쟁이 격화되고 양극화된 사회에서 혼자 서기 어려운 많은 사람들에게 함께 설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 것만으로도 협동조합은 큰 역할을 한 것이겠지만, 그에 대한 우려는 이런 희망이 얼마나 현실의 힘으로 나타날 것인가에 대한 궁금함에서 시작되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협동조합인들은 희망을 퍼뜨리면서 동시에 희망을 현실로 만드는 ‘힘’을, 조합원에게 혜택을 주는 ‘힘’을 더 크게 만들어 가야 할 책무를 스스로 져야 한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협동조합에 대해 성심을 다해 상담해 주고, 처음으로 협동조합을 알게 되는 조합원들에게 더 좋은 교육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초기 협동조합의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임원의 역할을 맡아 헌신하는 지도자들에게 선배 협동조합인으로서 경험과 사례를 상세히 설명해 주고, 함께 협의회에 참여하는 협동조합을 위해 조합원들에게 필요한 물품이나 서비스라면 가급적 함께 홍보해 주는 ‘연대’의 실천을 일상적으로 해 나가자.

협동조합인들이 먼저 나서서 협동과 연대의 동심원을 넓혀 나갈 때, 신설 협동조합의 성공률도 높아질 것이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주게 될 것이다.

이미 기틀을 다진 농협과 수협 등 선배 협동조합들의 역할도 더 커져야 한다. 대기업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신생 협동조합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신협과 생협은 여러 지역에서 협동조합협의회를 구성하고 선배로서 물심양면의 지원을 하고 있다. 이미 농협중앙회도 내년부터 이런 지원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역농협 등 1천여 개의 농협이 더 활발하게 신설협동조합을 지원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할 것이다. 수협도 마찬가지다.

정부도 기본법 시행 1년을 맞이하여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제고와 제도개선에 더 박차를 가해주길 바란다. 중소기업 인정 문제나 농업농촌 협동조합들을 농업법인으로 인정해 주는 문제 등은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가장 기초적인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니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제도적인 불이익을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빨리 제도화되어야만 골목시장, 소상공인, 농민과 어민, 장애인, 경력단절여성, 베이비부머 등 많은 서민들의 협동의 의지와 활동이 꺾이지 않을 것이다.

기본법 시행 1년이 되었다. 1년은 긴 시간이면서도 짧은 시간이다. 지난 1년 간 협동조합을 발전시키려는 긴 여정에서 이루어낸 성과를 협동조합인 모두가 높이 평가하고, 동시에 짧은 1년 동안 이루지 못했던 일들에 실망하지 말고, 다시 1년간 최선을 다하자.

협동조합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협동하려는 모든 사람들의 가장 앞에 서서 희망과 힘을 줄 것이다.

2013.11.29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 김기태
2013/12/02 13:05 2013/12/0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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