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협 배제하고 거래 없던 엽연초조합 보유물량 전량 매입 ‘원성 자자’
비싼 값에 사겠다며 엽연초조합 물량 요청했던 업체는 ‘두 달 만에 부도’
헐값 처분에 재고까지 떠안아 손해 막심…수수료도 없이 매입 의혹 증폭
농협중앙회 양곡유통센터가 상식적으로 이해 안되는 방식으로 콩 거래를 하다 수십억의 손실을 낸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 때문에 양곡유통센터는 중앙회 특별감사를 받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룬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농협 양곡유통센터는 작년 엽연초조합중앙회를 통해 1400톤의 콩을 사들였다. 전국의 지역 엽연초조합 13개소의 보유물량을 농협중앙회가 전량 매입한 것이다. 그런데 농협중앙회가 일선 지역농협이 아닌 엽연초조합의 콩을 사들인 계기부터가 의문이다.
대표적 예로 충북 괴산지역의 경우 콩 생산량이 많고 상당수의 지역농협이 수매를 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이들 지역농협을 제외하고 이전에 전혀 거래가 없던 엽연초조합 물량을 매입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역농협에서는 중앙회에 대한 원성이 상당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엽연초조합중앙회는 작년 처음으로 콩 수매사업을 시작했다. 지역 엽연초조합이 잎담배 경작농가의 콩을 사들이면 이를 판매해주는 방식으로 출발한 것이다. 엽연초조합중앙회는 처음부터 농협중앙회와의 거래를 염두해 둔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충북 지역농협 관계자는 “엽연초중앙회가 작년에 세 번이나 찾아와 거래를 제안했다. 수수료 3%를 요구했고 매입가격도 터무니 없어 거부했다”며 “이게 안 되니까 농협중앙회를 끌어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엽연초조합중앙회는 농협중앙회 양곡유통센터와 거래를 성사시킨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잡곡사업을 하는 경북 안동 소재 한 영농법인이 관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 양곡유통센터 담당자는 “효림원농산이라는 영농법인이 콩을 비싸게 사 줄테니 대신 엽연초조합중앙회 물량을 사달라고 요청해 거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농협 양곡센터는 이같은 과정을 통해 작년에 총 1400톤의 콩을 매입했다. 전량 엽연초조합중앙회를 통해 통합구매한 것이다. 매입가격은 kg당 6150원. 매입대금만 86억원에 달한다. 농협은 이렇게 사들인 콩을 효림원농산 측에 6250원에 넘기기로 당초 약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kg당 100원의 수익을 내는 것이다. 이 거래가 약속대로 성공했더라도 농협 양곡센터가 얻는 수익은 고작 1억4000만원에 그친다. 그럼에도 농협은 1억4000만원을 벌기 위해 86억원을 투자하는 상식 밖의 거래를 감행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실패로 귀결된다. 농협이 사들인 콩을 매입키로 약속한 효림원농산이 작년 12월 17일자로 60억원대의 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가 나고 만다. 농협과 거래를 튼지 채 두 달도 안 된 시점이었다. 효림원농산은 은행권 부채외에도 신용보증기금 등에 상당한 부채를 떠안고 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결국 농협중앙회가 이전에 전혀 거래도 없었고 자금사정도 안 좋은 업체와 위험한 도박을 벌인 꼴이 된 것이다. 농협 양곡센터는 매입한 콩 1400톤 중 300여톤은 다른 한 업체에 넘기고 상당한 물량을 매입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처분하면서 최소 10억원에서 13억원의 손실을 보게 됐다. 작년에는 콩 가격이 좋았으나 올해 급격히 하락세로 반전하면서 현재는 kg당 4800원대까지 내려갔기 때문이다.
농협 양곡센터의 손실규모는 정확히 추산키 어렵다. 양곡센터 측의 설명이 10억원에서 13억원이고 이보다 손실이 훨씬 클 거라는 게 지역농협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농협 양곡유통센터는 현재까지도 약 400여톤의 재고를 안고 있다. 농협 측의 예상보다 손실이 더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협중앙회의 특별감사 결과가 어떻게 났는가는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농협양곡유통센터의 콩 거래에는 석연찮은 대목이 한 둘이 아니다. 지역농협에는 3%대의 수수료와 낮은 매입가격을 요구했던 엽연초조합중앙회가 농협중앙회와 거래할 때는 전혀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는 점, 효림원농산이 농협 양곡유통센터에 사업을 제안할 때 엽연초조합 물량을 사들이는 조건을 내걸었다는 점,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무시한 것인지 효림원농산의 어려운 사정을 농협 양곡센터는 실제 몰랐는지 여부 등이다. 이와 관련 지역농협은 농협중앙회의 사업방식에 극도의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한 조합 관계자는 “지역농협이 보유한 물량을 사들여 손해를 봤다면 얼마든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엉뚱한 엽연초조합과 무슨 연유로 거래를 한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고 격분했다. 다른 농협의 한 관계자도 “농협중앙회는 시설도 없고 전문성도 없다. 지역농협이 잘하고 있는데 왜 끼어드냐”며 “실제 손실은 최소 30억원 이상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