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업계 “가격 덤핑에 바이어 뺏기 다반사” 반발
민간업체 역차별·수출 초보기업 지원 역량도 의문
NH무역을 농식품 전문무역상사로 집중 육성한다는 농식품부 방침과 관련 수출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의 제3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농수산식품 수출확대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발표된 수출정책 중에는 NH무역(농협무역)을 전문무역상사로 지정해 집중 육성한다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김상경 농식품부 수출진흥팀장은 “다른 수출업체와 비교해 취급하는 신선식품 품목이 많고 수출실적도 우수하며, 무엇보다 생산자단체 중심의 수출체계 개편이 가능해 NH무역을 전문무역상사로 지정하게 됐다”며 “앞으로 국내 농식품 수출 초보기업들의 경영 및 수출컨설팅도 담당하게 되는 만큼 필요할 경우 관련 자금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농식품부의 이러한 설명에 대해 수출업계 관계자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 하나는 NH무역이 과연 그럴만한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타 민간 수출업체에 대한 역차별 아니냐는 지적이다.
▲NH무역, 자격 있나=취재에 응한 대다수 농식품 수출 관계자들은 “NH무역이 전문무역상사로서 과연 충분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복수의 수출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NH무역은 “해외 시장에서 가격덤핑을 주도하거나 판촉행사비 지원 등을 내걸고 타 업체 바이어를 빼앗는 등의 행태로 업계의 공분을 사왔다”는 것. 특히 공기업 성향을 가지고 있는 NH무역의 특성상 얼마나 치열하게 바이어 관리 등에 힘을 쏟을지도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A 수출업체 관계자는 “손실이 생겨도 중앙회로부터 손쉽게 보전을 받을 수 있는 NH무역과 생존의 문제가 달린 민간기업은 그 절실함이 다르다”며 “수출 대응능력이나 규모면으로 볼 때 NH무역보다 더 우수한 업체도 많은데 무슨 근거로 NH무역이 선정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NH무역의 신선식품 수출실적은 5740만 달러로 전체 신선식품 수출실적(10억7500만 달러)의 5% 수준이다. 현재 NH무역 내 수출업무 가용인원은 20여명 정도. 이런 상황에서 다른 수출 초보기업을 지원해 줄만한 역량이 되느냐는 반문도 이어졌다.
▲민간 수출업체 ‘역차별’ 논란=현 재 지역농협과 거래하고 있는 영세한 농식품 수출업체들은 당장 물량 확보부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앙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지역농협 입장에서 중앙회 자회사인 NH무역의 요구를 우선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B 수출업체 관계자는 “정부 자금이 투입된 농협중앙회가 수출지원 확대를 명목으로 NH무역에 지금보다 더 힘을 실어주면, 자금과 생산조직 모두 열위인 민간 무역상사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C 수출업체 관계자는 “전문무역상사 제도의 취지엔 공감하나 수출업계와 공감대 없이 정부가 한 업체를 공개적으로 집중 육성하는 것은 스스로 ‘역차별’을 주도하는 꼴”이라며 “수출컨설팅 등은 이미 aT나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하고 있는데, 굳이 NH무역까지 나서서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혜보다 공정한 경쟁 유도를=이 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수출업계 전문가는 “NH무역의 경우 농협의 자회사라는 기업의 특성상 마진을 높게 붙이기보다는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판매 자체가 중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저가 판매에 나서게 돼 있다”며 “특히나 신선 농식품의 경우 가공식품과는 달리 가격에 민감하기 때문에 민간업체와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초창기 어렵게 신선농산물 수출시장을 개척한 공은 민간업체에 있는데, 이제 와서 농협이라고 특혜를 주는 것은 옳지 않다”며 “NH무역은 산지 조직화나 계열화 등을 통해 스스로 민간업체와 차별화하고, 정부는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데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