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지 100일이 지난 가운데 경쟁력이 약하고 취약한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협동조합이 조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부 지자체들이 협동조합 설립을 실적주의와 결부하고 있어 협동조합 정신을 실천하는 협동조합을 세우기 위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황=기획재정부가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100일을 맞아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전체 협동조합 설립신청 건수는 총 647건(10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약 6.5건의 신청이 이뤄졌고 이중 481건이 신고수리 또는 인가를 받았다. 월별 신청건수는 2012년 12월 136건, 올 1월 224건, 2월 248건으로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였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일반협동조합은 605건의 설립신청이 이뤄져 474건이 신고수리됐다. 지역별로 서울시가 174건으로 가장 많은 협동조합 설립신고 접수가 이뤄졌고 광주(95건), 경기(68건), 부산(50건)이 뒤를 이었다. 사회적협동조합도 교육과 농림, 고용 등의 분야에서 7개의 조합이 설립됐다.
농업·농촌분야에서는 완주한우협동조합, 논산한우리고구마협동조합 등 생산자들이 직접 생산과 유통까지 실시하는 생산자 협동조합을 비롯해 소비자들이 생산자와의 직거래 등을 위해 결성한 협동조합, 다문화협동조합, 귀농한 도시민들이 모여 만든 월평도시골협동조합 등 농촌의 취약한 분야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협동조합들이 조성됐거나 준비 중에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 수정동희망마을수직농장협동조합과 파주녹색농업협동조합 등 두 곳이 농림수산식품부의 설립을 인가받았다.
기획재정부는 2017년까지 8000개에서 1만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협동조합 설립 상담, 컨설팅 제공, 인가·감독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7개 권역별 중간지원기관을 이달 말까지 구축하는 등 협동조합의 설립 및 전환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성과와 문제점=전문가들은 협동조합 100일을 맞아 전국적으로 협동조합 만들기 붐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상대적으로 농업·농촌에서 취약했던 유통을 비롯해 약자 또는 소외됐던 다문화가정, 귀농인 등 다양한 협동조합이 결성됐다.
최양부 전 농협제자리찾기운동본부 대표는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협동조합을 결성하려는 붐이 일어났다”며 “협동조합에 목말랐던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하는데 협동조합기본법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농업의 경우 농협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지역에서는 한우조합, 봉평메밀협동조합 등 품목별 전문조합의 성격을 띤 협동조합이 결성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협동조합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을 비롯해 지자체나 정부기관의 실적 쌓기와 결부돼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협동조합을 세우면 당장 희망을 줄 것처럼 장밋빛 환상을 심어줬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실적주의와 결합해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양부 대표는 “앞으로 협동조합 정신을 제대로 실천하는 옥석을 가리는 것이 새로운 과제”라며 “협동조합기본법이 하나의 잣대가 돼 농협법, 수협법 등 특별법도 협동조합 정신에 맞춰나갈 수 있도록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 협동조합들이 금전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최 대표는 “자칫 정부 지원을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등 주객이 바뀌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며 “협동조합에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만큼 가능성이 있는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